소설이의 목소리

여느때처럼 회사에서 야근을 조금 하고 댄스학원에 갔다가 막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는 차에 맹렬하게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좀 늦은 시간이었기에 누군가 하고 받아보니 어머니.
"야! 소설이 왔어!!"
소설이는 지금 시골에 살고있는 내가 키우던 고양이이다. 벌써 6살이던가.. 7살이던가.
서울에 있을때는 많이 아팠는데 시골로 내려온 후 건강해졌다.
하지만 내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했기 때문에 데리고 오지 못했는데...무엇보다 서울은 자유로워야 할 동물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곳이기도 하니까.
가끔 어머니께서는 소설이 귀에 전화기를 대고 이름을 불러보라고 하셨었다.
소설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고양이는 야옹!하고 대답을 하고, 우리는 그렇게 전화통화를 했다. 아주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어머니도 사정이 생겨 갑작스럽게 다른곳으로 가셔야 했기에 고양이는 그 동네의 친한 아주머니집에 맡겨졌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시골. 신나게 산을 누비며 건강하게 잘 살아주었다. 밤에는 항상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서울에 올라와 있는 동안 늘 그때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소설이를 못본지 2년이 다되어간다. 어머니 역시. 전화로만 듣던 귀여운 목소리는 이미 잊어버리고 내 생활에만 매진해 있었는데.. 오랜만에 친구를 보러 가신 어머니가 있을때 마침 밖에 놀러나갔던 그 녀석이 온것이다.
그리고 2년전 그때처럼 어머니는 내게 전화를 했고, 또한 그때처럼 나는 소설이를 불러보았다.
고양이는 전처럼 대답을 한다. 예전과는 달리 전화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고양이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그렇게 하염없이 서로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하고 또 이름을 불렀다.
처음 나와 만났을때부터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고양이 소설이.
건강히 지내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그리워해 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어머니는 소설이가 떨어지지 않으려해서 나오기가 힘들다고 한참을 더 있다가 가야겠다고 하신다.
이 아이를 어떻게 놔두고 다시 그냥 가냐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진다.
11월이면 서울 생활도 이젠 정말로 청산해버리고 나는 다시 소설이와 함께 할수 있게 된다.
더 추워지기 전에 우리 고양이와 함께 하고 싶다. 나보다 더 빠른 시간을 살고 있는 고양이는 이미 내 나이를 훌쩍 뛰어 넘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잊지않고 기다려 주었으니까.

by 블랙체리 | 2008/10/16 23:49 | 이를테면 그림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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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opy at 2008/10/17 00:18
이미 내 나이를 훌쩍 뛰어 넘었으니까... 눈물이 나요. ㅠ.ㅠ
잊지 않고 기다려준 소설이와 행복하시길 빌어요.
Commented by 블랙체리 at 2008/10/17 10:04
고맙습니다. 곧 함꼐 지내게 될텐데도 보고싶은 마음에 몸이 달아요.
Commented by 여우별 at 2008/10/17 00:19
저 또한 강아지와 잠시 이별상태예요.. 시골에 다른 강아지와 함께 있는데 어찌나 눈에 밟히는지. 11월이면 얼마 남지 않았네요 ^^ 힘내세요~
Commented by 블랙체리 at 2008/10/17 10:06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사람보다 소박하고 진실해서 오히려 더 그리워지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Commented by metal_baby at 2008/10/17 00:23
세진 컴퓨터가 불현듯 뇌리를 스쳐갑니다. 잡설이고, 행복하세요.
새로 바뀐 스킨 멋지다.
Commented by 블랙체리 at 2008/10/17 10:07
세진 컴퓨터 광고의 하얀 멍멍이, 기억난다.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 광고 보고 눈물 그렁그렁 했었다니깐. 창피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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